
사주 십성 중에서 식신은 최고의 길신, 상관은 흉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식상'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 다 나로부터 밖으로 흘러나가는 에너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신은 순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의 에너지이고, 상관은 날카롭고 직접적인 표현의 에너지입니다. 이 두 십성을 제대로 이해하면 자신의 강점을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명확해집니다.
식신과 상관, 표현의 방향성이 결정하는 삶의 태도
식신은 사랑의 어머니이자 자유로운 어머니, 모성애의 여신으로 불립니다. 음식, 파티, 섹스의 여신이며 즐거움과 기쁨 충만한 감정을 주관하는 소통의 여신입니다. 사주적 관계성으로 보면 식신은 나와 재물, 그리고 배우자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부모로서도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사랑과 규율 사이의 미묘한 선을 능숙하게 넘나들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면서도 부모의 말을 거부감 없이 따를 수 있게끔 조율하고 이끄는 능력을 타고났습니다. 식신이 강한 사람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타입이 많습니다.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기보다는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말이나 행동에서 튀지 않지만 꾸준함이 강점으로 드러납니다. 식신을 가진 여성을 배우자로 두게 되면 자식에게 좋은 어머니가 되고, 미각을 타고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가정 안에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넘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처녀 때와 같은 애교와 섹시함을 영원히 유지하는 최고의 배우자 감이 됩니다. 다만 '남들에게 예쁘게 보여야만 해', '남자를 잘 만나야 돼'라는 코르셋을 입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자들 취향으로 예쁘게 잘 꾸민 여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아직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여자가 바로 식신입니다. 반면 상관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못합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표현합니다. 상관이라는 이름 자체가 관(官)을 상하게 한다는 의미인데, 남자에게는 일이고 여자에게는 배우자를 의미하는 관을 극하기 때문에 흉신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상관이 가진 매력은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섹시하고 위험한 매력입니다. 금단의 매력, 독사과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으나 정작 본인들은 남자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의적이고 재능이 뛰어난 경우가 많지만, 동시에 조직이나 규칙과 부딪히기 쉽습니다. 상관이 강한 사람은 틀에 갇히는 걸 견디기 어려워하고, 억눌리면 오히려 더 날카로워집니다. 그래서 상관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빛나고, 억압적인 환경에서는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관의 활용법, 지식과 약자를 향한 의협심
상관에 대해 잘 알려진 특징 중 하나는 '말을 잘한다', '임기응변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나쁘게는 막말로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상관은 뇌와 입 사이에 필터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뇌와 입 사이에 필터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 가진 필터의 개수가 다릅니다. 필터가 많은 사람은 머릿속으로는 자기 주장도 있고 자기 논리도 있는데 생각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도 흔히 말로 표현해야 할 그 순간에는 어버버하다가 나중에 '이렇게 말할 걸, 저렇게 말할 걸' 하고 아쉬워할 때가 있습니다. 상관은 이 필터가 없습니다. 여기에 상관 인생의 첫 번째 열쇠가 있습니다. 천재성도 필터 없이 나가고 바보스러움도 필터 없이 나갑니다. 양날의 검입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은 의외로 쉽습니다. 단순히 말해서 머리에 많은 지식을 넣고 생각을 많이 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 중간 필터가 없다는 것이 엄청난 무기가 됩니다.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깊은 사고를 통해서 논리 체계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만들어 놓으면 툭 튀어나오는 말도 다 통찰력 있는 말이 되고 설득력이 있게 되니까요. 서스름 없이 술술 나오는 논리 정연한 말에 오히려 사람들은 탄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관격 십성 중에 정인을 만나면 기뻐한다고 합니다. 정인은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분입니다. 상관격이 정인을 만난 것을 상관패인이라고 일컬어 사주팔자에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돕는 든든한 신하들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주에 정인이 없더라도 어떤 태도가 상관의 가치를 높이는 줄을 알았으니 정인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됩니다. 상관의 또 다른 특징은 약자를 위해 끝까지 싸운다는 것입니다. 상관에게 약자라는 대상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사회적 약자 편을 들게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것이 역차별로 이어지거나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쓰면 상관의 가장 큰 강점이 됩니다. 상관은 시베리아 허허벌판에 얇은 트렌치코트 하나 걸치고 눈발을 헤치면서 목표하는 곳으로 혈혈단신 걸어가는 사람 같습니다. 이 사람의 날카로운 눈은 약자에 대한 의협심에 불타고 있고 본인만이 그들을 위해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외로운 길을 계속 걸어 나갑니다.
식신과 상관의 직업 적합성, 먹고사는 문제와의 연결
상관은 관(官) 중 자기 자신의 운을 극도로 빼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사주 용어로 '설기'라 하는데, 밖에서는 티가 잘 안 날 수 있지만 거의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서 침대에서 못 일어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상관입니다. 언제나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짬뽕 시켜 보면 상관의 가장 최선의 커리어 방향이 나옵니다. 지식을 쌓고 많은 사고를 하고 약자를 위하는 일을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원체 몸이 설기 당해서 무슨 일을 하든 기 빨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상관이 가장 큰 보람과 사명을 느낄 수 있는 약자를 끝까지 돕는 일을 하면 이 설기를 스스로에게도 좋고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게 쓰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입니다. 나의 직업 자체가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일이라면, 환자가 나쁜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든 상관없이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것으로 약자를 위한다는 상관의 사명이 가장 아름답게 완수가 됩니다. 의사 중에 상관 쓰시는 분들은 많은 경우 이국종 교수같이 날카로워 보여서 말도 붙이기 힘들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세상 부드럽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자를 보는 일에 자기 인생을 갈아 넣습니다. 환자를 위해 끝까지 같이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존재감이 압도적이라 보호자의 쓸데없는 말을 곧잘 끊어 버리긴 해도 환자 대기줄은 끝이 없습니다. 식신과 상관은 '먹고사는 문제'와도 깊이 연결됩니다. 식신은 기술과 반복 노동, 서비스처럼 꾸준히 쌓이는 영역에서 강점이 드러나고, 상관은 기획, 창작, 발언처럼 한 번의 임팩트가 중요한 분야에서 빛납니다. 상관은 연예인에 가장 적합한 십성이기도 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금단의 매력, 독사과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관을 쓰는 유명인으로 유재석, 윤석열 대통령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통 정치인의 행보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관의 성질상 여기저기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춰야 하는 보통 정치인의 행보로 대통령이 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사주에 식신과 상관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면, 왜 어떤 환경에서는 편안하고 어떤 환경에서는 유난히 힘든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신만 강하면 안정적이지만 답답해질 수 있고, 상관만 강하면 빠르지만 관계가 소모되기 쉽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많으냐보다,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식신과 상관은 겉으로 보기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것 같지만, 결국 둘 다 베푸는 에너지입니다. 식신은 그냥 베풀고 상관은 약자에게 베풉니다. 두 에너지가 모두 필요한 이유는, 식신은 삶을 오래 끌고 가는 힘이고 상관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두 십성은 잘 쓰면 재능이 되고, 잘못 쓰면 소모가 되는 양면성을 가진 힘입니다. 자신이 어떤 에너지를 가졌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식신과 상관 모두 인생의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